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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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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몽실북스

사쿠라기 시노 (지은이), 이정민 (옮긴이)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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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타인이 만들어 가는 사랑의 모양을 목격하듯 만나고
오늘의 파도를 넘는다.
사쿠라기 시노가 그려 내는 사랑, 가족, 행복!


아버지가 운영하는 러브호텔에서 열다섯 살부터 객실청소를 하면서 ‘미스터리 소설을 결말부터 읽는 것처럼 느닷없이 남녀의 마지막 종착점을 목격해’ 버린 사람이 있다. 그런 경험들이 오랜 세월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었다. 이런 사람이 시간을 들여 고민해 온 사랑, 가족,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오키상 수상작가 사쿠라기 시노가 이번에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어제보다 나을 것 없는 두 사람이 밀려오는 파도를 넘으며 행복을 찾아가는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이 몽실북스에서 출간된다.

가장 보편의 진리
사랑, 가족, 행복에 대한
따스한 메시지


이제는 수요를 잃어버린 영사기사로서 일하는 남편 노부요시, 그마저도 일이 별로 없고 홀로 지내는 어머니의 요구로 매주 월요일 어머니의 통원치료에 동행한다. 아내 사유미는 간호사로 남편 대신 더욱 살뜰히 경제생활을 하며 야간 아르바이트도 마다않고 나간다. 사유미는 나이가 들어도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표정과 독한 표현이 결코 나아지는 법이 없는 자신의 어머니와 해소되지 않는 갈등을 겪고 있다. 노부요시와 사유미 사이에는 작은 파도들이 끊임없이 밀려온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그 파도를 함께 넘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목격하듯 만나고 답을 얻는다. 둘은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지만 외면하지도 않는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자신과 상대방을 들여다본다. 파도를 돌려보내려면 다시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생활에 여유가 없어 늘 부족하게 느껴지는 어제와, 역시 확신할 수 없어 여전히 불안한 내일 사이, 오늘에 가장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 자신의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찬란한 기억을 오늘도 쌓아가는 것이다.
노부요시와 사유미 두 사람처럼 이 소설도 뜨겁지 않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그렇다. 사랑을 하거나 가족과 살아가는 매일매일이 데일 듯이 뜨거운 날들이 아닌, 오히려 속에서 감정이 일어났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때때로 가슴속에 깃드는 양가의 감정이나 입밖으로 낼 수 없는 치졸한 마음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배우고 다시 마음이 밝아지면 행복을 실감한다. 별것 아닌 평범한 삶 속에서 노부요시와 사유미는 두 사람만의 행복을 뭉근히 발견해 간다. 아무 문제 없이 평범한 일상이 실은 얼마나 감사하고 반짝이는 것이었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이것이 ‘사쿠라기 시노풍’ 행복론일 것이다.

작가 사쿠라기 시노는 부부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엷은 물빛을 덧칠해서 그려 나가는 수채화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 말처럼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럽게 손에 붓을 하나씩 쥐고 채색을 해 왔다. 사유미가 느린 호흡으로 엷은 물빛을 칠하면 노부요시 또한 서두르지 않고 그 위에 덧칠을 했다. 채 마르지 않은 물감이 서로 어우러져 두 사람만의 오묘한 모양과 빛깔을 완성해 나간다. 그렇게 덧칠한 물빛이 제법 진한 빛을 띠어 가며 두 사람은 매일 조금씩 부부가 되어 간다. _ 옮긴이의 말 중에서

원서에서는 띠지 문구를 이용해 ‘단숨에 읽는 것은 엄금’하고 있다. 하루에 한 편씩 열흘간 읽기를 권한다. 사쿠라기 시노도 이 소설을 석 달에 한 편씩 연재하여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완성했다고 한다. 한 편 한 편 천천히 읽으며 문장과 문장 사이에 흐르는, 말하지 않은 감정마저도 독자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욕심과 질투, 의심이라는
감정의 숙제 속에서
오늘도 부부가 되어 갑니다


노부요시는 서양 핑크 영화, 흔히 말하는 에로 영화로 영사 기술을 익혔다. 그 까닭은 미숙하여 중간에 영화가 끊기더라도 크게 불평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창 영사기사로 일하던 당시 자주 영화에 등장하던 여배우와 어느 날 마주하는 기회가 생긴다. 단체 행사이건만 그녀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에 저속한 생각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 자문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녀가 영화 속에서 말했던 ‘남자와 여자 사이에 있는 건 전부 세리머니야, 의례 같은 거지’라는 말을 되뇌인다. 그날 밤 아내를 안을 때도 ‘세리머니’라는 말을 지우지 못한다.
영사 일이 들어와 노부요시가 지방에서 하루 묵고 오기로 한 날, 사유미는 노부요시의 부재에 쓸쓸함을 느낀다. 홀로 발포주 두 캔을 마시다 충동적으로 노부요시의 노트북을 열고 말았다. 메일에서 여자 이름을 발견하자 견딜 수 없는 불안과 질투가 밀려왔다. 출장에서 돌아온 노부요시에게서 달라진 점이 없는지 부자연스러운 점이 없는지 찾으려는 자신을 자책한다. 마침 갑작스레 일을 그만둔 진료소 선배를 찾아갔다가 그녀가 24년간, 결혼 없이 함께한 남자와 허무하게 헤어진 이야기를 듣는다.
선배는 사유미에게 부부 싸움을 실컷해 보라고 자신의 후회를 고백한다. 그날 저녁 사유미는 노부요시에게 스키야키를 맛있게 차려주고 건강한 부부 싸움을 한다. 허무한 오해였던 것으로 일단락되고 사유미는 이 사람, 노부요시와 함께할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다는 행복감에 휩싸인다.
이후에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1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집을 고쳐 살기로 하면서 해묵은 노부요시의 감정이 흔들리는 일이나, 사유미가 새롭게 옮긴 개인병원에서 만난 환자가 단 한 번 밤을 함께 보냈던 남자에게 전하는 편지를 대필하게 되거나 갑작스럽게 두 사람의 보금자리에 들이닥친 노부요시의 동창에게 사유미가 질투는 느끼는 등 느닷없는 감정의 숙제를 맞닥뜨리지만 노부요시와 사유미는 그들만의 호흡으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조금 더 단단한 부부가 되어 간다.

노부요시도 조금 전에 집에 왔다고 한다. 그가 부엌에서 손 씻는 모습을 보니 뭐 하러 씻나 하는 생각이 들어 또 짜증이 솟구쳤다. 옆에서 손을 뻗자 노부요시가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자리를 양보했다.
평소와 같은 태도와 행동. 사유미가 말을 걸지 않자 묵묵히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 그 여자에 대해서는 오기로라도 묻지 않았다.
쌀을 씻어 물을 맞추고 밥솥 전원을 켠 다음 노부요시가 말했다.
“호흡이 얕네.”
사유미는 홧김에 크게 심호흡을 했다. _본문 중에서

“동네 슈퍼에 갔는데, 어떤 여자가 슈퍼 입구에 앉아 벌레를 한 마리씩 잡아서 수풀에 던지고 있더군요.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 여자가 일어섰을 때 뭘 한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것참 용기가 필요했겠네요.”
“네, 제가 생각해도 용케 말을 걸었구나 싶습니다.”
굳이 어머니에게 사유미와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처음으로 ‘닳고 닳지 않은 여자’에게 반한 날의 일은 노부요시의 인생에 얼마 없는 찬란한 기억이었다.
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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