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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 해양생물학자가 우리 바다에서 길어 올린 풍미 가득한 인문학 성찬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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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 해양생물학자가 우리 바다에서 길어 올린 풍미 가득한 인문학 성찬

서해문집

황선도 지음

2017-04-24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생명의 시원에서 민중의 밥상까지
해양생물학자가 우리 바다에서 길어 올린 풍미 가득한 인문학 성찬


호주 카카두국립공원에 있는 고대 동굴 벽화에는 고고학자들을 놀라게 한 물고기 벽화가 있다. 생김새며 뼈, 내장까지 정교하게 묘사된 물고기는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듯 생동감 넘친다. 인류의 역사는 수렵과 함께 시작되었고 물고기를 비롯한 조개, 게 등 바다 생물은 본격적으로 농경문화를 일구기 전, 인류를 먹여 살린 고마운 생물종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바다 생물이 잡혔다. 해산물 없는 우리네 밥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와 함께 오랜 시간 살아온 바닷속 생물들, 그러나 정작 우리는 그들에 대해 무지할 때가 많다. 30년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바닷물고기를 연구해온 ‘물고기 박사’ 황선도는 맛은 알지만 정체는 묘연했던 바닷속 생물들, 특히 무지와 오해 속에서 잘못 알려진 해산물의 비밀을 특유의 감칠맛 나는 글로 소개한다.

그는 지난 2013년 대한민국 바닷물고기에 대한 첫 보고서 격인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로 잔잔한 바다에 범고래처럼 등장한 과학 저술가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듯 황선도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표현대로 “그의 이야기에서는 소리가 들릴 뿐 아니라 장면이 그려지고 심지어 냄새까지 배어나”며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의 표현대로 “봄 도미처럼 차지다”.

바닷물고기부터 패류까지 해산물의 유래와 생태는 물론 바다 생태계의 역동성과 그 앞에서 마주한 누군가의 생활과 추억, 밥상 풍경까지 우리 삶과 깊숙이 연결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연탄불에 노릿노릿 구워지는 고등어 한 점처럼 우리의 눈과 입, 오감을 자극한다.

무시받던 해산물의 귀환부터 바다를 호령하는 풍운아들 내력까지
맛은 알아도 정체는 묘연했던 바닷속 생물들의 비밀이 벗겨진다!


얼마 전, 대기 중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자 환경부는 엉뚱하게 고등어구이가 주범이라는 웃지 못할 발표를 했다. 미세먼지 발생 원흉을 고등어에게 돌린 것이다. 이로 인해 생선구이 식당들은 타격을 입었고 고등어 가격 역시 폭락해 어업인들도 울상을 지었다. 사실 고등어를 비롯한 생선구이는 실내 공기의 질을 떨어뜨릴 뿐 대기 중 미세먼지의 직접 원인이 아니다. 애꿎은 물고기들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물고기들이 말을 할 줄 몰라 망정이지 사람 말을 할 줄 알았다면 억울하다며 땅을 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 뿐일까? 우리의 회 차림을 봐도 광어와 우럭 등 메인에 오르며 대접 받는 해산물이 있는 반면 해삼, 멍게, 개불처럼 일명 ‘스키다시’로 불리며 곁들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해산물도 있다.
이처럼 인간들은 편견과 호불호에 따라 자연생태계에 간섭은 물론 계급 매김을 했는데, 저자는 해양생물학자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닷속 생물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우리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에 재치있게 답한다.

▶생긴 걸로 판단하지는 말아 줘. 해삼, 멍게, 개불의 이유 있는 항변
봄이 되면 바다에도 꽃이 피는데, 바로 쌉싸름한 소주를 부르는 대표 술안주, 멍게다. 생긴 건 좀 우스꽝스러워도 이 멍게가 분류체계에서 우리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등한 동물에 속한다는 걸 아시는지?

“멍게의 배아가 척추동물인 인간의 배아와 같은 척삭구조를 가지며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로, 생명공학자들은 멍게를 연구하여 인간의 초기 진화 관계를 규명하고자 했다. 하등동물인 줄 알았던 멍게가 분류체계에서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등한 동물에 속한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가. 앞으로 멍게가 ‘날 우습게 보지 마’ 라고 경고한다 해도 할말이 없다.”_29쪽

그런가 하면 해삼은 “산에는 산삼, 밭에는 인삼, 바다에는 해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삼의 사포닌 성분에 해당하는 ‘홀로수린’이 함유돼 있어 피의 응고를 막아 주고 심혈관 질환에 좋다. 특히 해삼의 강인한 생명력은 바퀴벌레에 버금갈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해안선 바로 밑에서부터 깊은 심해까지, 해삼이 살지 않는 해저라고는 없다. 다른 동물은 영양분 부족으로 살기 어려운 서식지에서도, 해삼은 안개처럼 떠돌아다니는 수중 유기 부유물이나 해저 표층에 엷게 쌓인 퇴적물을 섭취하며 어려움 없이 살아간다. 이런 변변찮은 먹이로 생을 견뎌낸다는 것에서 신선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_23쪽

징그러운 생김새와 달리 맛 하나는 일품인 개불 역시 화제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예찬론을 펼치던 마력의 해산물이다. 특히 개불은 한방에서 성 기능이 약해졌을 때 권하는데 소위 비주류 해산물로 취급받는 해삼, 멍게, 개불은 모두 건강에 이로울 뿐 아니라 정력에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의 오랜 비주류 취급이 부당하다는 그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의외의 미식가, 소라의 똑소리 나는 사냥 전략
어렸을 적 한 번은 백사장에 뒹구는 소라 껍데기를 주워 귓가에 대고 파도 소리에 귀 기울여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복과 함께 제주에서 많이 생산되는 소라는 대부분 해녀들이 잠수해 잡는데, 최근 들어 자원이 감소했다. 이 추억을 자아내는 소라가 알고 보면 미식가에 전략적 사냥가다.

“이 쪼끄만 소라가 ‘맛’을 알아서, 단단해서 먹기 힘든 감태의 부착기와 경부 말고 잎처럼 넓고 연한 엽상부를 좋아한다. 그런데 감태의 자루를 타고 올라가기가 만만하지 않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먼저 자루를 제 몸통으로 갈아 쓰러뜨리는 것이다. 그다음에 감태의 연한 부분을 골라 먹어 치운다. 참 똑소리 나는 놈이다.”-69쪽

그런가 하면 가리비는 스카이콩콩 부럽지 않은 점프 실력의 소유자다. 두 개의 패각을 강하게 닫을 때 분출되는 물의 힘으로 전진하는데 하룻밤에 500미터까지 이동하기도 한다. 물고기 박사도 놀란 그들만의 비밀스런 생존 전략도 펼쳐진다.

▶말짱 도루묵? 피난길에 도루묵을 맛본 진짜 임금은 대체 누구?
어떤 일을 죽을힘을 다해 했다가 허사가 됐을 때 “에이, 말짱 도루묵 됐네”라고 말한다. 말짱 도루묵, 좋은 의미는 아니다. 사실 도루묵 입장에서는 참 억울할 일. 이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까닭은 피난길에 도루묵을 맛봤다는 한 임금의 한마디,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 때문인데 흔히 ‘선조’로 알려진 이 임금이 실은 선조가 아니다. 어떻게 된 걸까? 게다가 도루묵은 맛이 없을 거라는 편견과 달리 왕의 진상품에도 오른 맛있는 물고기다.

“도루묵은 주로 강원도와 함경도, 경상북도의 동해 북쪽 바다에서 잡히는 바닷물고기다. 그런데 선조는 도루묵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피난을 간 적이 없다. 한양을 떠나 임진강을 건너 평양을 거쳐 의주로 갔으니, 실제 피난길에서 도루묵을 먹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난리 통에 생물을 동해에서 잡아 진상했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러니 그 주인공이 선조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 고려와 조선시대에 도루묵이 잡히는 동해안으로 피난 간 왕은 한 명도 없다.”_137쪽

이 도루묵이 도루묵 복원 사업 이후 산란할 어미가 급증해 2015년 12월, 동해 북부 해변이 도루묵 알로 새까맣게 뒤덮이는 사태가 일어났다. 켜켜이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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