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큐브
풀처럼 꽃처럼
미당문학사
김덕임
201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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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영수증을 쓰거나 가계부를 쓰는 일은 많아도 홀연 시(詩)를 쓰는 자신과 만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시에 기대고, 시에 마음을 담는 어느 순간이, 그것도 칠순을 어우르는 나이에 일상을 뚫고 나왔으니 참 경이롭다. 그러므로 거기에서 멈췄어도 좋았을 일이다. 더 나아가면 이제 남은 것은 번번이 시적 언어에 배반당하는 가혹함의 연속일 뿐이니까.
그런데 시인은 더 나아갔다. 이것 말고 보다 즉각적이고 유익한 다른 것을 택하라는 권유를 어찌 하지 않았겠는가. 나는 김덕임 시인의 가족이기에 문학의 혹독함을 더욱 생생하게 피력할 수 있었으나 허사였다. 시인은 “쓰고 또 쓰는” 쪽을 선택 하였다.
그러면 된 것이다. 정신이 여기에 이르면 시는 절로 발효될 것이다. 이제 무르익기는 시간의 몫이다. 아니, 그 이전에 자신의 생을 던져 한 편 한 편 길어 올린 이 시들은 함부로 지나칠 수 없는 순정함으로 가득하다. 어쩌면 그 순정만으로 이미 충분하지 않는가. ""꽃이 지는 이유"" 를 알고자 긴 세월을 견디고 또 견딘 시인에게는 더욱.
― 양귀자(소설가)
김덕임 시인은 전주 출생으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초등학교에서 동화구연을 가르치고 있다. 김덕임 시는 빛과 어둠의 길목에서 자아를 가다듬어 그의 삶을 끊임없이 인양, 조율해 가고 있다. 이를 위해 분열과 미완의 갈등 속에서 때로는 자신의 몸을 달구기도 하고, 하심으로 내려가 견고한 아상의 각을 부수기도 한다.
그는 지나간 시간 속에 ‘풀처럼 꽃처럼’ 살아왔던 그날의 풍경이나 사연들을 하나하나 그의 낙원 〈풀꽃집〉으로 불러내 그것들에게 이쁜 이름들을 붙여 이 한 권의 시집에 엮고 있다.
시인의 말
Ⅰ. 풍경을 담다
연석산
풀을 뽑다
올챙이 시인
가을 휴양림
운동장
월동
그리운 섬 증도
오동도 동백
구절초
분꽃
풀꽃도 사랑을
진안장에서
청보리밭
우리집 남자
Ⅱ. 그곳에 가면
다시 스무 살
봄의 들머리
여름날 아침
늘그막에 만난 푸시킨
거울
기말시험
머릿돌 교회 사모님
석양
문수사 가을
그곳에 가면
개암사
숲길에서
고추잠자리
가시나무새
Ⅲ. 풀처럼 꽃처럼
풀꽃집
담쟁이
달궁계곡
등꽃
수목원
가시꽃
천사의 손
부부로 산다는 것
여름 밥상
봄의 왈츠
청산도
다랭이 마을
Ⅳ. 까치의 눈물
사월
까치의 눈물
장끼와 까투리
새벽시장
무등산
당신은 누구신가요
시월의 용담호
생선가게
입추
손자
그해 여름 광복절
천사의 섬
시인의 고향
질마재 가는 길
Ⅴ. 함께 가는 길
축제날
쑥을 캐다
그리움
오리 새끼
다낭에서
설날
사진
서울 나들이
일흔 송이 붉은 장미
지아비
낙엽
바닷가에서
스치는 바람도 나이를 먹는다
가을 들녘
동창회
감을 따면서
■ 해설│가시가 꽃으로 피어난 풀꽃집의 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