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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 이너프 - 진실을 직시하는 강인함에 관하여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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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 이너프 - 진실을 직시하는 강인함에 관하여

책세상

데보라 넬슨 지음, 김선형 옮김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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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시몬 베유, 한나 아렌트, 메리 매카시, 수전 손택, 다이앤 아버스, 조앤 디디온
20세기 지성계의 매력적인 여성들은 왜 ‘공감’ 대신 ‘강인함’을 선택했는가?
‘고통’을 대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지성적이고 날카로운 책
《터프 이너프》는 20세기의 매력적이고 논쟁적인 여섯 여성 지식인을 다룬 책이다. 독특한 신학과 정치학을 개진했던 철학자 시몬 베유, 20세기 최고의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 소설가이자 당대 지성계에서 독보적 여성이었던 메리 매카시,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소설가인 수전 손택, 사회적 주변인들을 작품에 담았던 천재적 사진작가 다이앤 아버스, 2005년 전미 도서상을 수상한 작가 조앤 디디온. 이들은 어떤 단일한 전통도 따르지 않으며, 단순한 범주로 묶을 수도 없다. 하지만 저자 데보라 넬슨에 따르면 그들은 문체와 철학적 관점에서 서로 연관성이 있다. 바로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서 유난히 ‘강인한’ 마음을 지녔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터프함’은 그간 여성의 미덕처럼 여겨져 온 감정 표현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작가의 윤리적 입장과 미학적 접근방식을 결정하는 ‘비감상주의적 태도’를 가리킨다.
이 ‘터프한’ 여성들은 ‘공감’만이 고통을 마주하는 올바른 태도라는 기존의 생각에 도전하고, ‘강인함’이 여성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특성이라는 통념에 저항했다. 이들 모두는 인간의 고통과 세계의 상처가 공감이나 연민에서 나오는 격정적인 수사나 드라마에 기대지 않으려 하면서 그 상처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현실적인 방법으로 치유되어야 한다는 강인한 태도를 일관되게 견지했다. 공감이나 연민이라는 감정은 종종 사실을 가릴 뿐 아니라 도덕적 만족감을 주어 올바른 실천이나 행위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고, 자기연민에 빠지게 하거나 고통에 무감각하게 만들 수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위안이나 보상 없이 현실을 대면하기를 강조함으로써, 감정 과잉과 냉정한 아이러니의 양극단 사이의 좁은 길을 걸었던 이 여성들은 현실의 고통에 맞서는 진정한 ‘터프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전쟁, 폭력, 죽음, 장애 등 현실의 고통에 맞서
연민, 위안, 구원이라는 마취제를 거부하고
냉철한 사유의 날로 진실을 도려낸 강인한 삶과 사상
시몬 베유는 전후 종교가 부흥하던 시대, 위안과 구원을 강조하는 기독교를 비판하며 고난을 신의 사랑의 표지로 보고 고통과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치관에도 적용되어, 인간이 고통에 취약한 존재임을 깨닫고 신학적 의무를 다해야 힘없는 자들을 격하시키지 않는, 더욱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게 된다고 보았다. 한나 아렌트는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고통’의 묘사가 감정에 미혹되어 현실을 가리지 않도록 절제하고, 타자와 함께 세계를 공유한다는 인식에 바탕한 복수성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말을 잃게 하는 참상 앞에서도 고통을 분석하고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며 도덕적 판단을 내리겠다는 아렌트의 의지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잘 나타나 있다. 메리 매카시는 당대의 ‘비현실적’인 역사(홀로코스트, 원폭 등)와 대조적으로 너무나 사소해 보이는 일상 간에 가교를 놓고자 사실의 문제에 천착했다. ‘사실’은 현실의 포착하기 어렵고 종종 고통스러운 특성들과의 대면으로, 매카시는 사실에 더욱 예민하기 위해 좌우도 중도도 아닌 고독을 선택한다.
좀 더 후대의 인물인 수전 손택은 현대 문화의 극적인 감정변화를 비판하며 보다 예민하게 느끼는 능력을 중요시했다. 감정과 표현은 스스로의 무력함을 즐기는 방식이라고 주장하면서 예술과 정치학에서 냉담함과 지나친 감정 과잉 사이의 좁은 지대인, 감정적 통제를 강조했다. 다이앤 아버스는 자신의 사진작품에 예기치 못한 순간이나 불편한 진실로서의 ‘현실’을 담기 좋아했다. 그녀의 작품은 고통을 강조하는 당시의 보도사진과 달리, 공감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카메라의 미학적 감정과 개인의 감정을 기술적으로 분리하여 현실의 공간을 열고자 했다. 조앤 디디온은 자기연민은 자기기만과 같은 것이라며 도덕적 가혹함을 옹호했다. 감상주의는 고통을 달래는 동시에 감각을 마비시켜 도덕적 결핍으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논쟁적인 여섯 지성을 하나의 스타일로 꿰어내는 탁월한 논증!
우리가 사랑한 20세기 여성들에 대한 새로운 독해를 제안하는 독창적 관점!
현대 한국사회의 ‘강인한 여성’에 대한 동경을 지적으로 해소하게 해주는 책
오늘날까지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 매력적인 여성들은 저자 데보라 넬슨을 통해 한자리에 소환된다. 여기서 이들은 단순히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비감상주의적 스타일을 정립한 이론가로서 오롯이 남는다. 저자는 이들이 저작과 작품 속에서 감상주의를 배제한 정치, 윤리, 미학적 실천이라는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음을 탁월한 논증과 세세한 인용, 정밀한 분석으로 보여준다.
이에 더해 저자가 새로 낸 길을 따라 걷기만 해도 기존 독해를 풍요롭게 하는 흥미로운 맥락을 얻을 수 있다. 이들 ‘비감상주의 학파’가 거부한 공감이나 연민은 오랫동안 정치와 도덕의 영역에서 중요시되어온 가치다. 하지만 절대선처럼 여겨지던 도덕 감정에 대한 믿음이 틀렸다면? 전쟁과 폭력이라는 비현실적 충격이 현실 속에 난입했던 20세기에는 공감과 위안이 넘쳐났다. 이에 반해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고통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는 그 자체로도 견지하기 어려운 것일 뿐만 아니라 무자비하고 냉정한 성품이라는 인신공격까지 견뎌야 했다. 이러한 태도에 엄격했던 삶은 곧, 고통과 한계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치열하고 절박한 하나의 대답이다.‘터프한 여자들’이 끈질기게 완수해낸 윤리적, 정치적, 미학적 작업은 20세기 전대미문의 거대한 악을 경험한 속에서 배태되었다는 점에서 더 큰 울림을 지닌다. 그녀들의 강인한 삶과 사상은 고통이 넘쳐흐르는 시대일수록 고통을 직시하는 ‘무정한’ 세계관이 힘이 세다는 메시지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극단주의와 폭력이 여전히 난무한 오늘날, 보다 강인한 도덕을 선창했던 20세기 여성 작가들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나아가 그녀들의 ‘터프함’은 ‘여성’의 권리와 능력에 대한 인습적 한계들을 허물어가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이들의 인기를 명확한 언어로 직시하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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